이전에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판타지와 라이트노벨의 경계선은 정말 애매모호한 편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단권으로 어느정도 완결성이 있는 작품을 라이트노벨 장르가 추구하는 편이긴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판타지와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을정도로 항상 그렇게 제작되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을 지금 하는 이유는 이번 작품, 기신전기 던브링어도 저번에 리뷰했던 임경배 작가의 이단의 마왕과 리버레이터와 마찬가지로 판타지 장르소설 작가의 라이트노벨 출간작이기 때문이다.




1. 첫 인상


 솔직히 한국의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홍정훈이라는 네임벨류는 상당히 크다. 홍정훈 작가의 전작인 월야환담 시리즈같은 경우 상당한 분량의 장편인데다 단순히 칼이 번쩍번쩍 빛나는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로 독자들을 압도했었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작가인만큼, 작가의 이름을 보고 기신전기 던브링어를 접하게된 독자도 적지 않지 않을까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기신전기 던브링어는「과거 홍정훈 작가 답지 않은 작품」이라고 하겠다. 재미를 떠나서 그만의 독특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홍정훈 작가의 팬층은 개인적으로 보기에 두 종류로 나뉜다고 보는데, 비상하는 매와 월야환담 시리즈에서 사용한 그만의 매력, 몰입감을 기대하는 독자들과, 비교적 최근 작품인 아키블레이드, 아더왕과 각탁의기사 같은 가벼운 문체로 이루어진 작품층을 즐기는 독자층이 이에 해당한다.


 필자는 전자에 해당하는데, 홍정훈 작가의 최근 추세가 가벼운 문체로 이루어진 작품이니만큼 최근 작품들부터 읽기 시작하거나 이러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있어서 기신전기 던브링어는 나쁜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 카리스마로 독자들을 사라잡았떤 예전 문체와 필력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아쉽기 그지없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예전의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소설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2. 책의 구성 그리고 감상


 총 10권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기신(機神), 즉 인간형 거대로봇 (내부 설정에서는 생명체로 취급하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로봇물)을 타고 무쌍을 찍는 작품이다. 우주연방, 동맹군, 프론티어 등 꽤 여러 세력들이 등장하고 주인공과 함께 행동하는 히로인도 상당히 많은 매력적인 작품이긴하다.


 스토리 자체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고, 굳이 재미있냐 재미없냐를 따진다면 재미있는 축에 속한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단점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하다.


 가장 큰 문제로는 기신전기를 타이틀로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정작 기신 던브링어의 존재감이 그다지 없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전설적인 파일럿이라는건 좋지만 본인의 기량이 상대방을 압도할뿐 정작 기신 던브링어는 여타 기신들과 비교해서 우수한 점이 없어보인다. 심지어 던브링어보다 성능이 좋은 기신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다보니 솔직히 말해서 던브링어의 존재감이 없다시피하다.


 두번째 문제로는 히로인의 취급이다. 주인공과 이어지는 히로인은 물론 작가 마음대로라는건 맞지만, 거의 서브의 서브급 히로인으로서의 존재감 밖에 발휘하지 않던 이로하가 고백을 기점으로 급격히 가까워진다. 본 작품에서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는 후발주자를 제외하고는 네명정도가 있는데 전직상관이자 같은 세월을 보내온 루이스, 이등병으로 재입대후 관계를 쌓은 이로하와 메이호아, 예전 애인과 같은 피가 흐르는 소피아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문제점은 이로하를 제외한 다른 히로인들의 취급이다. 메이호아는 초반부에 좀 밀어주는듯 하더니, 이후로는 존재감이 없어지다시피하고, 이로하의 고백 직전까지 계속해서 밀어주던 루이스는 연애플래그가 세워지기도전에 이로하의 고백으로 인해 애매모호한 포지션이 되었다. 소피아는..... 전 여친의 기억이 있다는 말과 함께 주인공을 따먹(!)기 까지했으나 결국 이후 별다른 어필도 없이 완결까지 달리게된다. 게다가 이로하와 주인공의 관계가 연애요소로 한가득했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것도 아니었기에 더 혼란스럽지 않나 싶다.


 완결권의 「아놔 쉬바 꿈」에 해당하는 4분의 1 분량의 예지몽(?) 부분도 아쉽다. 정말 잘 읽다가 뜬금없는 전개가 이어지는 느낌. 이전에 모 게임판타지에서 본 여친과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완결짓고, 에필로그에서 이혼하고 서로 적대시하며 암살자를 보내던 엔딩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정말 이게 최선이었나?




 3. 개인적인 의견


 라이트노벨로서의 기신전기 던브링어는 굳이 호불호를 따지자면 호에 속하는 작품이다. 위에서 언급한 단점들이 너무 크게 다가왔고 홍정훈 작가에 걸었던 기대가 커서 그랬지, 재미가 없는 작품은 아니기 때문.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가의 팬으로서는 너무나도 아쉽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기존의 필체를 버린 것은 그렇다치지만, 충실했던 설정, 꼼꼼한 전개, 시원한 전투를 자랑하던 작가의 장점 중 시원한 전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는게 그만큼 큰 상실감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가벼운 글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작품이지만, 이전 작품들을 즐기던 홍정훈 작가의 팬들에게는 이래저래 아쉬운 작품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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