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판타지 소설을 읽기 시작한건 중학교 2학년 시절부터 였던 것 같다.

 

 친구들과 PC방을 가거나, 학교에서 음악을 듣거나, 만화나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으로 시간을 잔뜩 보냈다. 요즘에는 거의 사라져버린 책 대여점들도 한가득이라 판타지나 만화책을 빌리는데 용돈 이외에는 제한이 거의 없다시피했었고, 그 덕분에 질리도록 많은 판타지를 접했다. 그중에서도 초기에 읽은 소설로 가장 기억에 남는건 도서실에 비치되어 있었던 「퇴마록」,「가즈나이트」,「드래곤레이디」가 아닐까싶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깊게 읽었고, 당시 감성으로 감동까지 받았던 소설이었던게 드래곤 레이디엿다.





1. 첫 인상



 학교 도서실에 비치되어 있었던 드래곤레이디의 첫 인상은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 당시 판타지들은 보통 어두운 색감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드래곤 레이디는 어찌되었건 붉었다. 정말 시뻘건 책이 책장에 덩그라니 꽃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성인용 책들을 일컫어 「빨간 책」이라고 불렀는데, 드래곤 레이디는 그런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시뻘게서 이게 정녕 판타지소설인가, 성인용 책인가 고민했을 정도다.


 이제와서는 귀여운 고민이었지만, 이 책을 처음 집어들 때는 꽤나 긴장했었던걸로 기억한다.






2. 책의 구성, 그리고 감상



 위에서 느꼇던 첫 인상은 물론, 책장을 넘기는 순간 사라져버렸다. 당시 책장을 나란히 하고 있었던 카르세아린, 가즈나이트, 퇴마록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줄리탄은 조금도 특별하지않은 평범한 요리사다. 최근 들어서는 평범한 스펙의 주인공이라는게 일종의 주인공 가이드라인 일지도 모르지만, 당시만해도 주인공들은 특별해야만했다. 남들보다 재능이 없어도, 강해져야만했고, 특별한 종족이어야만 했으며, 남들이 지니지못한 독특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만 했엇 시기였다. 이른바 먼치킨이 판을 치는 시절이었고, 드래곤 레이디의 주인공인 줄리탄은 주인공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물론 줄리탄이 평범할 뿐이지, 히로인인 카넬리안은 전혀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인간조차 아니고, 씰이라는 존재로 주인을 만날때까지 잠들어 있는 존재다. 씰의 전투능력은 인간을 상회하고, 평범한 물리적 공격으로는 생채기하나 낼 수 없는 강인함도 지닌 존재다. 그중에서도 카넬리안은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지닌 씰이다.



 카넬리안과 만나고 얼떨결에 주인이 되어버린 줄리탄은 평범한 요리사라면 겪지못할 고초를 당하고, 모험을하며, 조금씩 정신적인 성장을 하게된다. 이 과정은 그리 특별하지는 않지만, 줄리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아룰 통해 그의 성격과 행동거지를 조금씩 몰입하게 만들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줄리탄과 카넬리안 뿐만이 아니다. 기사다운 기사 리이, 그녀와 대립하면서도 마치 관심있는 여자를 괴롭히는 것으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불량기사 젤리드, 오래 산 용이자 정에 약한 물키벨, 오만한 지배자인 오펜바하, 카넬리안의 원래 주인이자 공극어 편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테싱 등, 많은 매력적인 인물들을 적절히 배치해서 스토리를 진행해나갔다. 인물 사이의 갈등, 부딪침 등이 주된 감상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드래곤 레이디는 크게 세개의 파트로 나뉜다.


 1. 요리사 줄리탄 편,

 2. 기사 줄리탄 편 

 3. 공극어 편





 줄리탄 편이 특별한 존재와 만난 요리사의 평범한 성장 판타지라고 본다면, 기사 줄리탄편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줄리탄이 카넬리안과의 재회를 위해 고난의 가시밭 길을 거쳐서 자신의 마음을 카넬리안에게 전하고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 까지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카넬리안의 원래의 주인 절대자 테싱으로부터 그녀를 되찾아 해방하기위해 수명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성장해나가는 그의 모습은 인상깊다. 이후 테싱과 만나고, 테싱은 줄리탄에게 그의 전생에 해당하는 이야기, 모든 이야기의 시작을 말해준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 하지만 줄리탄가 카넬리안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고하는 이야기이기도하며, 어째서 물키벨이 줄리탄을 위해 희생했는지, 어째서 오펜바하가 줄리탄에게 대해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째서 테싱이 줄리탄에게 이런 설명을 하게되는지 까지에 이르는 모든 사실이 공극어편에서 풀리게된다.


 줄리탄과 관련된 위 뒤 파트가 판타지 세계라고 한다면, 공극어편은 먼 과거이자 독자층에 있어서는 근미래에 해당하는 세계관으로 변모한다. 줄리탄이 살고있던 세계의 기원과, 이전 세대의 인류가 멸망한 이유, 그리고 인류 구원 프로젝트 등, 여러 흥미로운 설정들이 밝혀지며 이전부터 뿌려왓던 떡밥들이 모두 회수되는 편이기도하다.


 이 공극어 편을 읽은 후에는 한동안 휴유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에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충격적인 전개였고, 감동적인 스토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단순히 마력이니 초능력이니 하는 무엇인가로 싸워 무엇인가를 쟁취하는 것이 아닌, 인물들 사이의 감정의 교환, 변화가 정말 세세히 그려진 작품이라 아직도 인상에 남는다.






3. 개인적인 의견


 이제와서는 양산형 판타지니 뭐니 할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캐릭터간의 감정의 교류와 변화, 과정을 세세하게 그려넣은 작품은 판타지 장르에서 흔치않다. 뭐든지 주인공 중심으로 돌아가는게 많은 장르소설이지만, 그중에서도 드래곤 레이디는 전혀 다른 방법인 주인공의 마음대로 되지않는 세계에 대항해 맞서나가는 연약한 인간을 그려낸 작품으로서 인상에 남는다.


 당시 인기가 있던 로도스도 전기에 영향을 많이받은 드래곤물과는 별개로, 드래곤 레이디의 드래곤은 파격적이고 인간적이다(물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공극어에서 밝혀진다). 안타까운 인물들을 하나씩 사망에 이르게 하는것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한번 흔들고, 줄리탄과 카넬리안의 마음의 교류도 다시금 독자의 마음을 흔들고, 단순히 악역인줄 알았던 테싱의 과거도 알게됨으로서 세번, 아니 그이상 독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작품이었다.


 얼마 되지않는 판타지 장르의 수작으로, 양산형 판타지에 질린 사람들에게 한번쯤 추천하고 싶다.



 

* 최근 개정판의 표지가 옛날 표지와는 많이 바뀌었는데... 개인적인 인상에 남아있던 카넬리안보다 많이 어리게 느껴지고, 줄리탄도 좀 다른 인상으로 나오는게 아쉽게 느껴졌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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